지금의 종로 한복판에 자동차 대신 전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 생각하면 꽤 낯설게 느껴집니다. 도로 위에는 철로가 깔려 있었고, 머리 위 전깃줄을 따라 전차가 서울 사람들의 출근과 통학, 장보기를 책임졌는데요. 수십 년 동안 당연했던 이 풍경은 자동차와 버스가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서울 거리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전차가 남긴 길과 기억은 이후 버스와 지하철로 이어지는 서울 대중교통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1. 자동차보다 먼저 서울의 발이 된 전차
서울에 전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99년 5월이었습니다. 대한제국 시기 한성전기회사가 전차 운행을 시작하면서 서울에도 전기를 이용한 근대적인 대중교통이 등장했습니다. 초기 노선은 서대문과 종로·동대문을 지나 청량리 방면을 연결했으며, 이후 서울의 시가지가 확대되면서 전차 노선도 점차 늘어났습니다. 당시에는 자동차가 매우 귀했고 일반 시민이 이용할 만한 대중교통수단도 많지 않았습니다. 전차는 정해진 선로와 노선을 따라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울 시민들에게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도심과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노선망도 확대됐고, 광복 이후에도 전차는 계속 운행됐습니다. 특히 종로를 비롯한 서울 중심부의 주요 도로에는 전차 선로와 전깃줄이 설치되면서 도시 풍경 자체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전차가 지나가는 길을 중심으로 사람과 상점이 모이고 도심의 이동도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이렇게 전차는 19세기 말부터 1960년대까지 약 70년 동안 서울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 가운데 하나로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했습니다.
2. 종로 한복판을 덜컹거리며 달리던 전차의 풍경
과거 종로 거리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도로 한가운데 놓인 두 줄의 철로와 그 위를 달리는 전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차는 도로에 설치된 궤도를 따라 움직였고, 차량 위의 집전장치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아 운행했습니다. 거리 위로는 전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전선이 이어져 있어 오늘날 서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승객들은 정해진 정류장에서 전차를 기다렸다가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전차 안에는 승객의 운임을 받고 승차권을 처리하는 차장이 근무했습니다.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 시민들은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갈 때나 학교와 직장을 오갈 때 전차를 이용했습니다. 장바구니와 보따리를 든 상인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과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 차량을 함께 이용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면 전차 안은 승객으로 붐볐고, 정류장 주변 역시 전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도로에서는 전차뿐 아니라 사람과 자전거, 손수레, 자동차 등이 함께 움직였습니다. 종로·을지로 같은 번화가에서는 전차가 상점과 극장,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중요한 이동수단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서울 전차는 단순한 옛 교통수단이 아니라 시민들의 출퇴근과 통학, 장보기와 여가생활을 이어주던 생활공간이었습니다. 종로 한복판을 전차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은 근대 서울의 거리 풍경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3. 서울 전차는 왜 1968년 거리에서 사라졌을까?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의 교통환경은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울 인구가 급증했고, 시내버스와 승용차·화물차 등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전차가 도로 위에 고정된 선로를 따라 움직이는 교통수단이었다는 점입니다. 자동차는 상황에 따라 차선을 바꿀 수 있었지만 전차는 앞이 막혀도 궤도를 벗어날 수 없었고, 도로 한가운데 놓인 선로는 늘어나는 자동차 교통과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된 전차 차량과 선로·전력시설의 노후화도 부담이 됐습니다. 노선을 변경하거나 연장하려면 새로운 궤도와 전력설비를 설치해야 했던 반면, 버스는 도로만 확보되면 비교적 자유롭게 노선을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급속하게 외곽으로 팽창하던 서울에서는 이러한 버스의 유연성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서울시는 도로 확장과 교통체계 정비를 추진하면서 전차 대신 버스를 중심으로 지상 대중교통을 재편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968년 11월 30일 서울 전차는 마지막 운행을 끝으로 폐지됐습니다. 1899년 첫 운행 이후 약 69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전차가 사라진 뒤 도로 위의 궤도와 관련 시설도 차츰 철거됐고, 서울 거리에는 자동차와 버스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그러나 버스만으로 급증하는 교통수요를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후 서울은 도로와 분리된 새로운 대량수송수단을 마련했고,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으로 본격적인 도시철도 시대를 맞았습니다. 전차의 퇴장은 결국 서울 대중교통이 노면전차에서 버스, 다시 지하철 중심의 현대적 교통망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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