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누구나 휴대전화로 바로 연락할 수 있지만, 한때는 거리의 공중전화가 사람들을 이어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머니 속 동전을 확인하고 수화기를 들거나, 전화카드 한 장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삐삐가 유행하던 1990년대에는 공중전화가 약속과 연락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익숙했던 전화부스와 공중전화는 하나둘 우리 동네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1. 동네 곳곳을 채웠던 공중전화의 전성시대
개인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공중전화는 사람들의 일상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통신수단이었습니다. 특히 가정마다 전화기가 보급되기 전에는 집 밖에서 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기면 가까운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습니다. 도시가 성장하고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면서 공중전화 역시 거리 곳곳으로 확대됐습니다. 역과 버스터미널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교통시설은 물론 시장과 상가, 학교 주변, 주택가 등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전화기가 설치됐습니다. 처음에는 상점이나 건물 내부에 설치된 형태도 많았지만 이후 거리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전화부스와 공중전화 시설이 늘어났습니다. 장거리 이동 중 도착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거나 약속 장소에서 상대방에게 연락하고, 외출 중 급한 용무를 전달하는 데에도 공중전화가 활용됐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폰이 개인마다 하나씩 있는 것과 달리 당시에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통신시설을 함께 이용했기 때문에 공중전화가 생활 기반시설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2. 동전과 전화카드를 들고 줄을 서던 풍경
공중전화를 이용하려면 무엇보다 동전이 필요했습니다. 주머니에 사용할 수 있는 동전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수화기를 들어 번호를 누른 뒤 상대방과 통화하는 방식이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일정 금액을 충전한 공중전화용 전화카드가 널리 사용되면서 동전을 여러 개 준비해야 하는 불편도 줄어들었습니다. 전화카드는 다양한 그림과 디자인으로 제작돼 사용한 카드를 모으는 수집문화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공중전화 앞에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통화를 짧게 끝내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삐삐가 유행하면서 공중전화는 또 다른 역할을 맡았습니다. 상대방이 삐삐에 전화번호를 남기면 메시지를 확인한 사람이 가까운 공중전화를 찾아 다시 전화를 거는 방식이 널리 이용됐습니다. 그래서 약속 장소 주변의 공중전화 위치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했고,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는 숫자를 이용해 간단한 뜻을 전달하는 이른바 삐삐 숫자 암호도 유행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낼 수 없었던 만큼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자”는 약속 자체가 지금보다 중요했습니다. 공중전화 앞의 줄은 단순한 대기 행렬이 아니라 휴대전화 이전 시대 사람들이 서로 연락하고 약속을 이어가던 생활문화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3. 휴대전화가 등장하자 공중전화는 어디로 갔을까
공중전화의 역할이 크게 달라진 결정적인 계기는 개인용 이동통신의 대중화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휴대전화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전화를 걸기 위해 특정 장소를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동 중에도 바로 통화할 수 있게 됐고, 문자메시지가 보편화되면서 간단한 연락은 통화 없이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0년대에는 휴대전화가 사실상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중전화 이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용자가 줄자 거리 곳곳에 설치돼 있던 공중전화도 점차 철거되거나 설치 대수가 축소됐습니다. 특히 여러 대의 전화기가 나란히 설치됐던 장소에서는 일부만 남겨두는 경우가 많아졌고, 과거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전화부스도 점차 보기 어려운 시설이 됐습니다.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음성통화뿐 아니라 문자, 인터넷, 지도, 메신저까지 하나의 기기로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이러한 변화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그렇다고 공중전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없거나 통신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 재난·긴급 상황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라는 공공적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부 공중전화는 역이나 터미널, 병원 등 필요한 장소를 중심으로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한때 일상적인 연락수단이었던 공중전화는 이동통신 시대를 거치며 ‘주요 통신수단’에서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공공 통신시설’로 역할이 변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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