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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대한민국

경성 최고급 호텔, 반도호텔

by 제제블로그 2026. 8. 21.

1938년 경성 한복판에 문을 연 반도호텔은 당시 조선호텔과 함께 최고급 호텔로 이름을 알렸던 곳입니다. 오늘은 화려했던 시절의 반도호텔이 어떤 곳이었는지, 그 탄생과 모습부터 당시 사람들이 누렸던 호텔 문화까지 함께 돌아보겠습니다.

경성 최고급 호텔, 반도호텔

반도호텔 1938년 경성에 등장한 반도호텔

1938년 4월, 지금의 서울 중구 소공동 일대에 당시로서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반도호텔이 문을 열었습니다. 일본인 사업가 노구치 시다가후가 세운 건물로,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였으며 당시 경성의 대표적인 고층 건축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반도호텔이 들어선 곳은 조선은행과 경성부청, 미쓰코시백화점, 조선호텔 등이 모여 있던 경성의 중심 상업지역이었습니다. 특히 가까이에 있던 조선호텔이 당시 최고급 호텔의 상징이었다면, 새롭게 등장한 반도호텔은 그보다 높은 8층 건물이라는 외관만으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반도호텔의 특징은 단순히 숙박만을 위한 건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호텔과 사무실, 임대 상가가 한 건물에 함께 들어선 상업호텔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미국식 상용호텔의 운영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자료에 따라 객실 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당시 기록에서는 111개의 객실을 갖춘 대규모 호텔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높은 건물이 흔하지 않았던 1930년대 경성에서 8층짜리 반도호텔의 등장은 그 자체로 새로운 도시 풍경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건물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반도호텔은 근대도시로 변해가던 경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1960~70년대 서울과 반도호텔의 전성기

1960년대 들어선 반도호텔은 외국인 관광객과 외교관,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드나들며 당시 서울의 국제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높은 곳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던 스카이라운지는 당시 사람들에게 특별한 장소로 기억됐습니다.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문화 자체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반도호텔은 세련된 도시생활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1964년 영화 <맨발의 청춘>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중에게도 고급스러운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에는 더 크고 현대적인 호텔과 고층건물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가 되자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반도호텔 역시 새로운 건물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모습 속에서 반도호텔의 전성기도 조금씩 저물어갔습니다. 결국 1974년 롯데 측에 매각되면서 반도호텔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길을 걷게 됩니다. 화려했던 반도호텔의 전성기는 곧 1960~70년대 서울이 현대도시로 변해가던 과정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반도호텔이 사라지게 된이유와 현재의 반도호텔

한때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반도호텔도 1970년대에 들어서며 변화의 시간을 맞게 됩니다. 서울 곳곳에 더 크고 현대적인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오래된 반도호텔 역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1973년 정부는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하던 반도호텔의 민영화를 추진했고, 결국 롯데가 반도호텔을 인수하게 됩니다. 롯데는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반도호텔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훨씬 큰 규모의 새로운 호텔을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1938년부터 소공동을 지켜왔던 반도호텔은 약 35년 만에 서울의 풍경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반도호텔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세워진 것이 바로 오늘날의 롯데호텔 서울입니다. 국가기록원 역시 롯데호텔의 뿌리를 1938년 세워진 반도호텔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제 소공동에서 옛 반도호텔의 모습을 직접 찾아볼 수는 없지만, 한때 경성의 최고층 건물이었던 자리에 오늘날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 호텔이 서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시대도 건물도 달라졌지만, 그 자리는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의 호텔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반도호텔의 의미

반도호텔은 비록 지금은 사라졌지만, 서울이 근대적인 도시에서 현대적인 대도시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함께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1938년 경성의 고층 건물로 등장해 해방과 한국전쟁, 그리고 1960~70년대의 급격한 도시 변화를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외국인과 일부 계층이 이용하던 고급 호텔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텔에서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도시를 내려다보는 새로운 생활문화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더 크고 현대적인 건물에 자리를 내주며 사라졌다는 사실 역시 빠르게 변했던 당시 서울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오늘날 반도호텔의 건물은 볼 수 없지만, 그 자리에 롯데호텔 서울이 들어서면서 소공동의 호텔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도호텔은 하나의 오래된 호텔을 넘어, 서울의 변화와 함께 등장하고 사라진 한 시대의 풍경으로 기억할 만한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