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30년대 종로 한복판에 등장해 경성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이끌었던 화신백화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였던 화신백화점이 어떻게 전성기를 맞았고, 또 어떻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종로를 대표했던 화신백화점
경성의 소비문화를 바꾸다 종로를 대표했던 화신백화점, 경성의 소비문화를 바꾸다 조선인이 세운 근대식 백화점 1930년대 경성에는 미쓰코시를 비롯한 일본계 백화점들이 잇따라 자리 잡으며 새로운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종로에는 조선인 자본으로 성장한 화신백화점이 등장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화신의 뿌리는 신태화가 운영하던 화신상회였으며, 1931년 사업가 박흥식이 이를 인수하면서 근대적인 백화점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듬해에는 인근의 동아백화점까지 인수하면서 화신은 조선인 상권의 중심이었던 종로를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1937년 완성된 신관은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로, 당시 한국인이 세운 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로 평가될 만큼 웅장했습니다. 건물 안에는 당시로서는 매우 신기했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옥상정원과 화려한 네온사인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물건을 사는 곳을 넘어 새로운 유행과 문화를 구경하는 공간이었기에 지방에서 서울을 찾은 사람들도 일부러 화신백화점을 찾아올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화신백화점은 일본계 백화점들이 경쟁하던 시대에 종로를 상징하는 조선인계 백화점이자 경성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성의 유행을 이끌었던 화신백화점
화신백화점은 물건을 구입하는 장소를 넘어 당시 사람들이 새로운 생활과 유행을 경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백화점에는 ‘모던’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각종 유행 상품이 진열됐고, 화려한 외관의 일루미네이션 역시 종로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옥상정원에 올라가 높은 곳에서 경성 시내를 내려다보는 경험 자체가 당시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새로운 볼거리였습니다. 경성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서울을 찾은 사람들도 일부러 방문할 만큼 유명해지면서 화신백화점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상품을 구경하고 최신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화신백화점이 자리한 종로 역시 더욱 활기찬 상업 중심지로 성장했습니다. 오늘날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과 구경, 여가를 함께 즐기는 것처럼 당시 화신백화점은 1930년대 사람들이 ‘새로운 도시생활’을 경험하는 대표적인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신세계·미도파 등 새로운 백화점과의 경쟁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영업을 이어온 화신백화점은 1960년대 후반부터 점차 치열해지는 백화점 경쟁에 직면하게 됩니다. 1963년 삼성그룹이 동화백화점을 인수해 신세계백화점으로 출범시켰고, 미도파백화점 역시 1969년 대농에 인수된 뒤 대대적인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도파는 1973년 매장을 확장하고 완전 직영체제로 전환하면서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 무렵 서울의 백화점 시장은 신세계와 미도파가 선두를 달리는 구조로 바뀌었고, 화신은 자금력과 경영 면에서 점차 뒤처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1979년 소공동에 대규모 롯데백화점까지 등장하면서 서울의 백화점 경쟁은 이전보다 훨씬 치열해졌습니다. 한때 종로를 대표했던 화신백화점은 이렇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조금씩 전성기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화신백화점의 철거와 종로타워의 등장
오랜 세월 종로 한복판을 지켜온 화신백화점은 도시재개발과 종로 도로 확장 계획에 따라 결국 철거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1987년 3월 14일 신관 철거가 시작되면서, 1937년 문을 연 지 정확히 50년 만에 종로의 익숙한 풍경 하나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이 일대에는 새로운 대형 건물이 들어섰고, 오늘날에는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한 종로타워가 옛 화신백화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시대에는 육의전의 중심이었던 곳이 화신백화점을 거쳐 종로타워로 이어지며, 시대마다 종로를 대표하는 상업 공간으로 자리해왔다는 것입니다. 건물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화신 앞’이라는 말이 약속 장소로 쓰였을 만큼 많은 사람의 기억이 쌓였던 장소라는 점에서 화신백화점은 지금도 서울의 옛 랜드마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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