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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대한민국

재래시장이 대한민국 장보기의 중심이었던 시절

by 제제블로그 2026. 9. 1.

지금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장보기가 익숙하지만, 한때 재래시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을 책임지던 대표적인 장보기 공간이었습니다. 장날이면 시장 골목마다 상인과 손님들이 모여들었고, 다양한 물건과 함께 흥정과 덤이 오가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산업화와 유통산업의 발전을 거치면서 시장의 모습과 장보기 방식도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재래시장이 장보기의 중심이었던 시절부터 오늘날 전통시장으로 이어진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재래시장이 대한민국 장보기의 중심이었던 시절
재래시장이 대한민국 장보기의 중심이었던 시절

장날이면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재래시장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등장하기 전 재래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장보기를 책임지는 중요한 유통공간이었습니다. 특히 교통과 유통망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의 역할이 컸습니다. 시장은 크게 매일 또는 정기적으로 영업하는 상설시장과 일정한 날짜마다 열리는 정기시장으로 나뉘었으며, 농어촌 지역에서는 5일 간격으로 열리는 ‘오일장’이 널리 자리 잡았습니다. 장날이 되면 주변 농촌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곡식, 과일 등을 가져온 농민들이 시장으로 모였습니다. 바닷가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생선과 해산물이 중요한 상품이었고, 축산물과 건어물, 장류 같은 식재료도 거래됐습니다. 여기에 옷과 신발, 그릇, 농기구, 이불과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모이면서 시장에서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건을 한꺼번에 구할 수 있었습니다. 오일장은 고정된 점포뿐 아니라 장날에 맞춰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상인들이 참여한다는 특징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날짜가 다른 인근 시장을 차례로 찾아다니며 상품을 판매했고, 이를 통해 지역과 지역 사이의 물자가 자연스럽게 이동했습니다. 교통수단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주민들도 장날에 맞춰 필요한 물건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재래시장은 지역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통로가 되었고 수많은 소규모 상인에게는 생업의 공간이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장날은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날을 넘어 사람과 상품, 정보가 한곳에 모이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경제활동이었습니다.

흥정과 덤이 오가던 그 시절 장보기 문화

과거 재래시장의 장보기는 상품에 표시된 가격을 확인하고 계산하는 오늘날의 쇼핑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은 상품도 많았기 때문에 손님이 가격을 물으면 상인이 값을 알려주고, 그 자리에서 서로 가격을 조정하는 ‘흥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단골손님에게 조금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값을 깎아주는 대신 물건을 조금 더 얹어주는 ‘덤’ 문화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거래방식에는 단골과 상인 사이에 형성된 인간적인 관계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건의 양을 재는 방법에서도 당시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곡물과 콩 등을 거래할 때는 오늘날 익숙한 킬로그램뿐 아니라 ‘되’와 ‘말’ 같은 전통적인 부피 단위가 오랫동안 사용됐습니다. 한 되의 열 배를 한 말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상인은 되나 말 형태의 용기에 곡물을 담아 양을 가늠했습니다. 이후 계량법이 정비되고 미터법 사용이 정착하면서 시장에서도 킬로그램과 그램을 기준으로 무게를 표시하는 방식이 일반화됐습니다. 포장문화 역시 지금과 달랐습니다. 비닐봉지가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신문지나 종이로 생선과 채소 등의 물건을 싸주는 경우가 있었고, 장을 보러 갈 때 집에서 장바구니나 보자기를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포장재가 지금보다 적었던 만큼 용기를 직접 가져가 필요한 식품을 담아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계산대 한곳에서 모든 상품값을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의 가게에서 물건을 고른 뒤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값을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카드와 모바일 결제가 없었던 시절이라 지폐와 동전을 챙기는 것도 장보기의 일부였습니다. 흥정과 덤, 전통적인 계량법과 장바구니는 당시 재래시장의 독특한 거래방식과 소비생활을 보여주는 중요한 생활문화로 남아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등장과 전통시장의 변화

1990년대 이후 국내 유통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공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대형 할인점과 기업형 유통매장이 확대되면서 넓은 주차장과 냉난방 시설, 정찰제, 카드결제 등을 갖춘 매장에서 쇼핑하는 방식이 익숙해졌습니다. 이후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주문까지 성장하면서 소비자는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시장 역시 새로운 환경에 맞춰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노후화된 통로를 정비하고 비와 눈을 막아주는 아케이드를 설치하거나 주차장과 화장실을 개선하는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이 여러 지역에서 추진됐습니다. 화재 예방을 위한 전기시설 정비와 소방설비 확충처럼 시장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결제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전통시장과 지역 상권의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9년 온누리상품권이 도입됐으며, 이후 종이상품권뿐 아니라 카드형·모바일 방식 등으로 이용 형태가 확대됐습니다. 카드결제와 전자결제를 지원하는 점포도 늘어나면서 현금 중심이었던 시장의 거래환경도 점차 변화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의 특색을 활용하는 시장도 많아졌습니다. 지역 음식과 특산물을 대표상품으로 개발하거나 야시장과 문화행사를 운영하고, 오래된 시장의 역사와 먹거리를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오늘날 전통시장은 단순한 장보기 공간을 넘어 지역의 음식과 문화, 관광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모습은 달라졌지만 지역 상권을 구성하는 생활공간이라는 전통시장의 가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