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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대한민국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의 전성기

by 제제블로그 2026. 9. 3.

한때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은 전국의 상인과 소비자들이 몰려들던 대한민국 대표 상권이었습니다. 남대문에는 다양한 생활상품이, 동대문에는 의류와 원단이 모여들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오늘은 두 시장이 전성기를 맞았던 과정과 밤낮없이 상품이 오가던 당시 서울의 유통문화를 살펴보겠습니다.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의 전성기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의 전성기

서울 상권의 중심이 된 남대문시장

남대문시장은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공간입니다. 숭례문 주변에는 조선시대부터 상업 활동이 이루어졌으며, 근대에 들어 시장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대규모 상권으로 발전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시장 운영 주체와 구조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해방 이후에는 귀환민과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전후 복구와 함께 상권도 빠르게 되살아났습니다. 1960~70년대 경제성장과 도시 인구 증가가 이어지면서 남대문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의류와 신발, 주방용품, 안경, 카메라, 시계, 문구류, 아동용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폭넓게 취급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종합시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점포마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품목이 달라 여러 골목을 돌아다니며 상품을 비교하는 것도 남대문시장만의 특징이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웠던 외국산 상품과 이른바 ‘수입품’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남대문시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상인들도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찾으면서 소매와 도매 기능이 함께 발달했습니다. 남대문시장의 전성기는 단순히 시장 하나가 성장한 역사가 아니라 전후 복구와 산업화 과정에서 서울의 소비생활과 상업활동이 어떻게 확대됐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의류산업과 함께 성장한 동대문시장

동대문 일대가 국내 대표적인 의류상권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 가운데 하나가 평화시장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청계천 주변에는 피란민과 영세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1960년대 평화시장이 자리 잡으면서 의류 생산과 판매가 밀집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주변으로 원단과 부자재, 봉제 관련 점포가 증가하면서 동대문 일대에는 옷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산업이 가까운 지역에 모이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동대문 의류산업의 특징은 생산과 유통이 긴밀하게 연결됐다는 점입니다. 원단과 단추, 지퍼, 실 등의 부자재를 구입하고 디자인과 재단을 거쳐 인근 봉제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상가에서 판매하는 과정이 비교적 좁은 지역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집적 구조는 새로운 상품을 빠르게 생산하고 시장에 공급하는 데 유리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봉제·의류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노동자와 상인들도 동대문과 청계천 일대로 모여들었습니다. 의류업체들은 소비자의 취향과 유행에 맞춰 다양한 디자인을 생산했고, 완성된 상품은 도매상가를 통해 여러 지역으로 공급됐습니다. 1990년대에는 동대문 일대에 대형 패션상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상권의 모습도 변화했습니다. 전통적인 원단·봉제 산업에 패션기획과 판매 기능이 더해지면서 동대문은 한국 의류산업의 생산기지이자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패션상권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한국의 봉제산업과 패션산업이 발전해온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밤낮없이 움직이던 거대한 도매시장

과거 서울의 대형 시장이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특한 도매 유통망이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소매상들은 판매할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의 도매상가를 직접 찾았습니다. 특히 교통망이 발달하면서 고속버스와 기차 등을 이용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상품을 구입하고 다시 내려가는 상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도매시장의 하루는 일반적인 상점과도 달랐습니다. 소매점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서울에 도착한 상인들이 밤부터 새벽까지 상품을 살펴보고 주문하는 야간 거래가 발달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새벽에 물건을 구입해 자신의 지역으로 이동한 뒤 당일 장사를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늦은 밤에도 상품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사람들과 차량이 시장 주변을 오가는 독특한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구입한 상품을 직접 들고 이동하기 어려울 때는 화물운송과 택배 형태의 배송망도 활용됐습니다. 상인들은 주문한 물건을 큰 자루나 상자에 포장해 지방행 화물차 등에 실어 보냈고, 이러한 유통체계는 서울의 도매상품이 전국 소매점으로 빠르게 퍼지는 기반이 됐습니다. 이후 유통환경이 현대화되면서 시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화와 팩스, 인터넷을 이용해 주문하는 방식이 확대됐습니다. 동시에 대형 쇼핑몰과 관광객을 겨냥한 매장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역할도 도매 중심에서 쇼핑·관광·문화 기능을 함께 갖춘 형태로 다양해졌습니다. 밤새 움직이던 도매시장의 풍경은 오늘날 온라인 유통망이 발달하기 전 전국의 상품을 연결했던 한국 유통사의 중요한 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