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매우 낯선 주거 형태였습니다. 한옥과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던 1930년대 경성에는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사는 새로운 주택이 등장했습니다. 서울 회현동에 세워진 미쿠니아파트는 우리나라 초기 아파트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건축물입니다. 처음에는 일반 시민을 위한 주택이 아니라 일본인 회사 직원들의 관사로 사용되었습니다. 작은 3층 건물이었지만 이후 한국의 주거문화가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1. 1930년 경성에 등장한 미쿠니아파트
1930년대 경성은 인구와 상업시설이 늘어나며 근대 도시의 모습을 갖춰가던 시기였습니다. 이 무렵 지금의 서울 중구 회현동 일대에는 경성 미쿠니상사가 일본인 직원을 위해 지은 3층 주거 건물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미쿠니아파트입니다. 당시 서울에서는 한옥이나 단독주택처럼 한 가족이 독립된 집에서 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하나의 건물에 여러 세대가 층별로 거주하는 구조는 상당히 이색적이었습니다. 미쿠니아파트는 회사 직원용 관사로 건설됐으며, 여러 가구가 한 건물 안에서 각각의 주거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초기 아파트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경성에는 이미 백화점이나 업무용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지만, 주거용 건물을 여러 층으로 올리는 사례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단독주택처럼 토지를 넓게 사용하는 대신 공간을 위아래로 나누어 활용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남산동 미쿠니아파트를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단지 아파트와는 규모나 시설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방식이 실제 도시 주거공간에 적용됐다는 점에서 한국 아파트 역사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2. 일본인 직원 관사였던 최초의 아파트 생활
미쿠니아파트의 입주자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경성 미쿠니상사에서 근무하던 일본인 직원들이 중심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기관들이 파견 직원의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 인근이나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관사를 건설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미쿠니아파트도 이러한 기업 주거시설 가운데 하나였으며, 특히 간부급 직원들이 주로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건물 안에 여러 가구가 살았지만 각 세대의 공간은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여러 사람이 한 방이나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합숙소와는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거주자는 같은 건물을 사용하면서도 세대별로 독립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러한 구조는 이후 도시형 집합주택의 기본적인 특징으로 이어졌습니다. 1935년에는 미쿠니상사가 내자동에 또 다른 직원용 주택을 건설했는데, 이 건물에는 다다미방과 부엌, 화장실, 개별난방 시설 등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회현동 미쿠니아파트의 내부 평면에 관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아 두 건물의 구조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초기 아파트는 대중적인 주거 상품이라기보다 특정 기업과 계층을 위한 제한적인 시설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오늘날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3. 90년 넘게 남아 있는 미쿠니아파트의 흔적
미쿠니아파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오래된 건축물이라는 사실보다 한국 초기 집합주택의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기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구 남산동1가의 건물은 외관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3층 구조는 오랫동안 유지돼 왔습니다. 오늘날의 아파트처럼 눈에 띄는 외관이나 대규모 부대시설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1930년대 서울의 주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사례입니다. 현재 아파트는 주차장과 놀이터, 엘리베이터, 관리시설, 상업시설 등을 포함한 대규모 단지로 조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미쿠니아파트가 세워질 당시에는 여러 동을 체계적으로 배치한 ‘아파트 단지’ 개념이 아직 자리 잡기 전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건물은 현대식 아파트의 축소판이라기보다 단독주택 중심의 도시에서 수직형 집합주거로 넘어가던 과도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종암아파트와 마포아파트 등을 거치면서 국내 아파트는 규모와 구조, 공급 방식에서 크게 발전했습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도시 인구 증가와 주택 부족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아파트는 대량 주택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미쿠니아파트는 완성된 현대식 주거 모델이라기보다, 한국 도시에서 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 거주하는 방식이 처음 실험되던 시기를 보여주는 역사적 건축물로 의미가 있습니다.
'역사 속 대한민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구로공단 여공들과 노동자들이 살아가던 1970~80년대 (0) | 2026.10.10 |
|---|---|
| 삐삐가 울리면 공중전화로 달려가던 시절 (0) | 2026.10.09 |
| 1974년 서울에 처음 지하철이 달리던 날 (0) | 2026.10.07 |
| 신문과 우유가 매일 아침 배달되던 풍경 (0) | 2026.10.06 |
|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친 산골의 거대한 탄광도시 태백 (0) | 2026.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