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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대한민국

속초시 청호동(靑湖洞), 이름 그대로 ‘푸른 호수의 마을’

by 제제블로그 2026. 10. 25.

속초 청초호와 바다 사이에는 조금 특별한 역사를 품은 마을이 있습니다. 청호동(靑湖洞), 글자 그대로 보면 ‘푸른 호수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곳입니다. 지금은 갯배와 아바이순대, 드라마 촬영지로 더 익숙하지만 이곳의 시작에는 한국전쟁과 피란민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쟁을 피해 함경도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청호동 모래톱에 하나둘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은 시간이 흐르며 ‘아바이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발이 되어준 갯배와 실향민들이 이어온 음식문화는 지금까지도 청호동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속초시 청호동(靑湖洞), 이름 그대로 ‘푸른 호수의 마을’
속초시 청호동(靑湖洞), 이름 그대로 ‘푸른 호수의 마을’

1. 함경도 실향민들이 만든 청호동 아바이마을

청호동(靑湖洞), 이름 그대로 ‘푸른 호수의 마을’이다. 청초호와 바다 사이의 모래톱에 자리한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함경도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오늘날의 아바이마을로 형성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곧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속초에 머물기 시작했다. 당시 청호동 일대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모래사장으로 집을 짓기에도 쉽지 않고 식수를 구하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하지만 고향과 가까운 동해안에 머물면 언젠가 북쪽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많은 실향민이 이곳에 정착했다. 같은 고향 출신끼리 모여 살면서 신포·정평·홍원·단천·신창·이원 등 고향 지명을 딴 집단촌도 형성됐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나이 든 남성을 뜻하는 말로, 함경도 출신 주민이 많이 살았던 데서 ‘아바이마을’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렸고, 청호동은 한국전쟁과 분단의 기억을 간직한 독특한 실향민 마을로 남게 되었다.

2. 청호동 주민들의 발이 된 갯배와 독특한 이동 방식

청호동 아바이마을과 속초 시내 사이에는 청초호와 연결된 수로가 놓여 있었다. 다리가 없던 시절 주민들이 시장이나 학교, 일터로 이동하려면 이 물길을 건너야 했고, 이를 위해 사용한 교통수단이 바로 ‘갯배’였다. 한국전쟁 당시 청호동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시내를 오가기 위해 이용하기 시작한 갯배는 엔진도 돛도 없는 무동력선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수로 양쪽에 긴 철선을 고정해 두고, 배에 탄 사람이 갈고리를 철선에 걸어 몸 쪽으로 힘껏 당기면 그 힘으로 배가 조금씩 앞으로 움직인다. 현재 갯배 구간은 약 50~60m 남짓으로 짧지만, 당시 주민들에게는 일상생활을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였다. 아침이면 생선을 팔러 시장으로 향하는 주민들과 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갯배를 이용했다. 사공이 따로 노를 젓는 방식이 아니라 승객들이 직접 철선을 당기는 모습도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지금은 관광객이 직접 줄을 잡아당겨보는 체험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갯배는 청호동 주민들에게 관광시설이 아니라 삶과 생계를 이어주던 실질적인 교통수단이었다.

3. 드라마 ‘가을동화’ 이후 전국적인 관광지가 된 아바이마을

오랫동안 실향민들의 생활공간으로 존재하던 아바이마을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데에는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2000년 방영된 KBS 드라마 《가을동화》가 청호동과 갯배 일대에서 촬영되면서 이곳의 풍경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소개됐다. 특히 극 중 인물들이 갯배를 이용하는 장면과 아바이마을 골목이 인상적으로 등장하면서 촬영지를 직접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기 시작했다. 속초시는 현재도 아바이마을 여행길에서 《가을동화》 촬영지인 ‘은서네 집’과 갯배 등을 주요 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가 해외까지 이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알려졌고, 평범한 생활 교통수단이었던 갯배는 속초를 대표하는 관광 체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함경도 실향민들이 고향의 음식문화를 이어오며 만들어 먹던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함흥냉면과 가자미식해 등도 관광객의 관심을 받게 됐다. 오늘날 아바이마을은 단순한 드라마 촬영지를 넘어 실향민의 역사와 음식, 갯배라는 독특한 교통문화가 함께 남아 있는 속초의 대표적인 역사·관광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